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소련의 지원을 받는 인도양의 모 국가와 교전을 벌여 이긴다는 간단한 줄거리의 액션 영화로 평은 그냥 그랬으나 흥행은 엄청났다. 미국 해군의 전폭적인 협조와 지원을 받아 찍었기에 CG나 특수촬영이 아닌 실제 F-14들이 러닝타임 내내 화면을 지배한다.
탑건은 완전히 허구의 작품은 아니다. 1996년까지 탑건이라고 알려진 미 해군 타격 전투기 전술 교관 프로그램이 있던 샌디에이고 미라마에 있는 미 해군 항공대 기지의 일상적인 삶을 상세히 다룬 캘리포니아 매거진의 기사에서 영감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최대 의의는 베트남전 이후로 최초로 할리우드가 미군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제작한 영화라는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베트남 전쟁은 미군의 참담한 실패로 끝났으며, 세계 제일의 초강대국이자 민주주의의 수호자라는 미국인들의 자부심, 애국심에도 큰 상처를 남겼다. 베트남 전쟁 이후 대중문화에서 묘사된 미군은 플래툰, 지옥의 묵시록처럼 무능하고 부패하며 위험천만한 존재였다. 또한 람보 1편처럼 전후 사회로 복귀했더니 멸시받고 소외당하는 암울한 현실을 묘사한 작품들도 나왔다. 당연히 미군은 이런 영화들에 제작 지원을 거부했으며, 지옥의 묵시록 제작진과 플래툰 제작진은 동남아에서 촬영하면서 필리핀군의 협조를 받아야 했다. 굳이 베트남 전쟁을 다루지 않더라도 심각한 경제위기와 전 세계적인 반미 열풍 속에서 헐리웃에서 묘사하는 미국은 초강대국의 위엄찬 모습이 아니라, 갈 곳을 잃고 휘청거리는 상처투성이의 존재였다.
강한 미국의 복원을 약속한 1980년대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이러한 혼란에 지친 대중들에게 한줄기 희망으로 다가왔고, 이런 분위기가 할리우드까지 퍼지면서 등장한게 바로 이 작품인 것이다. 당시 제작사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미국 국방부와 긴밀하게 협력했고, 실제 항공모함과 전투기 그리고 다수의 엘리트 파일럿들과 현역 미군 장병들을 촬영에 동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환경 속에서 그야말로 미군을 지구방위대, 정의의 사도로 때깔나게 묘사하면서 펜타곤을 만족시켰고, 베트남전의 실패와 경제 위기로 상처받은 미국 국민들에게 강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미군은 대중문화를 통해서 자신들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펜타곤에 전담 부서까지 설치해 할리우드 영화사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기 시작했다. 즉 촌스러운 전단지를 모병관들이 직접 뿌리면서 맹목적으로 입대와 애국심을 강요하기 보다는 마치 PPL처럼 대중문화 속에서 자연스레 강력하고 평화를 수호하는 정의의 사도 등으로 미군이 긍정적으로 묘사되도록 이미지 마케팅에 눈을 뜬 것이다. 탑건이 더욱 영리했던 것은 이런 아메리칸 아미를 멋지게 연출하면서도 이데올로기 강조 같은 정치적 색깔을 최대한 빼고, 한 명의 강하고 멋진 전사로 성장하는 청년의 도전과 사랑, 우정의 드라마라는 개인의 보편적 로맨티시즘으로 풀어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 심지어는 다른 세대들이 보아도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탑건이 아직까지도 전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젊은들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한편 "파라마운트 픽쳐스는 이 영화를 찍고 미 해군측에게 겨우 25달러라는 헐값을 명목상으로 내줬을 뿐이었다"는 말이 있으나 실제로는 미군에게 상당한 비용을 지불했다. 그루먼 사의 F-14 톰캣을 빌리는 동안에는 시간당 7800달러를 연료비와 기타 운영 비용 명목으로 지불했으며, 비용이 계산되는 기준 시점은 정규 임무에서 벗어나 제작팀에게 제공되는 순간부터였다. 뿐만 아니라 태양을 등지고 위용을 자랑하는 함상에서 톰캣 전투기의 모습을 촬영할 때는 항공모함의 방향을 바꾸느라 무려 2만 5천 달러를 토니 스캇이 즉석에서 직접 수표로 지불한 뒤 추가로 5분을 촬영했다. 결론적으로 미 해군으로서는 자체 홍보도 하며 돈까지 벌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물론 F-14 같은 경우는 운용비가 비싸기도 하기 때문에 군 당국이 공짜로 영화 지원을 해주는 것도 문제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 거액을 지불해야 하는 군의 촬영 지원도 영화 컨셉트가 군의 지침과 맞아야 한다. 그러니까 시나리오 검토 단계에서 반전 영화나, 군을 조금이라도 부정적으로 그릴 수 있는 영화는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군에서 지원을 거부한다. 비하인드 스토리 구스의 사망씬도 원래는 항모착함 사고로 죽을 예정이였으나 미 해군의 반대로 캐노피에 머리를 박아 뇌출혈로 죽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감독은 토니 스콧. 주연은 톰 크루즈(매버릭 역), 켈리 맥길리스(찰리 역), 발 킬머(아이스맨 역). 그 외에 안소니 에드워즈(구즈 역), 멕 라이언(캐럴 브래드쇼 역), 마이클 아이언사이드(제스터 역)등이 출연했으며, 쇼생크 탈출로 유명한 팀 로빈스(멀린 역)가 단역으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