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1998년에 만들어진 제2차 세계 대전을 다룬 테런스 맬릭 감독의 전쟁 영화.
숀 펜, 제임스 카비젤, 에이드리언 브로디, 존 쿠삭, 우디 해럴슨, 닉 놀테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줄줄이 출연한다. 그러나 가장 경악할 만한 사실은 조지 클루니와 존 트라볼타가 단역이라는 점이다. 사실은 둘 다 편집하면서 비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자레드 레토 또한 전투 중 기관총탄에 전사하는 미군 소위의 역할로 출연한다. 맬릭 감독은 완벽주의적 성격이 강해서 비중이 줄어든 배우가 많았는데, 당시 파이프 상병 역을 맡은 브로디 또한 자기 배역의 역할이 틀어져서 감독한테 화가 났다고 한다. 하지만 게리 올드먼, 마틴 신, 비고 모텐슨, 미키 루크 등 몇몇 배우들은 출연한 분량이 전부 잘렸다. 또한 맬릭 감독은 바로 전에 맡은 작품이 1978년 작인 천국의 나날들. 그 동안 은둔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제작 당시 무려 20년 만에 다시 메가폰을 잡은 것이다. 이 작품은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대상) 등을 받았고 아카데미 상에서는 7개 부문 후보로 올랐으나 다 떨어졌다.
과달카날 전투를 다루고 있으나 정작 과달카날 섬에서는 한 장면도 찍을 수 없었다. 당시 과달카날 섬이 말라리아 위험지역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장면을 오스트레일리아의 북부에서 찍었으며 일부 장면은 솔로몬 제도와 미국에서 찍었다. 전투 자문은 오스트레일리아 국적 회사에서 담당했다. 일본군과의 백병전 장면 재현이 훌륭하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같은 시기에 개봉해서 흥행에 실패했다는 의견도 있다. 제작비 5200만 달러에 미국 흥행 3640만 달러, 해외 흥행 6172만 달러, 다 합치면 9800만 달러이니 제작비를 뽑았다고 하겠지만 해외배급 홍보비 및 세금, 인건비 관련을 따지자면 극장 수익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2차 시장에서도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당연히 흥행에선 미국에서만 2억 1600만 달러를 벌어들인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견줄 수가 없다.
하지만 오히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때문에 2차 세계대전의 관심이 높아서 맬릭 영화치고는 흥행했다는 의견도 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이 더 명작인지 《씬 레드 라인》이 더 명작인지는 평론가 사이에서도 큰 논쟁이다. 사실 두 영화는 비교 자체가 어렵다. 왜냐하면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한 편의 산문이라면 《씬 레드 라인》은 운문에 가깝기 때문이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평론가들조차도 그러할진데 일반 대중 혹은 전쟁영화 팬들의 반응은 거의 극과 극으로, '폭력을 전시하고 오락으로 소비할 뿐인 여타 전쟁영화들과는 다르다'는 호평과 '쓸데없이 난해하고 허세 가득한 평작에 불과한데 과대평가됐다'는 혹평이 공존한다.
일반적인 전쟁 영화에 비해 상당히 느슨하게 전개되며 주조연들의 내레이션이 많다. 당초 씬 레드 라인에는 빌리 밥 손튼의 내레이션이 흐를 예정이었고, 손튼은 세 시간 이상을 녹음했다. 하지만 영화엔 단 한 구절도 그의 내레이션이 삽입되지 않았고, 대신 캐릭터 여덟 명의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이 흐른다. 연출 면에서도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고지를 향해 돌격하는 병사들의 뒤를 흰나비가 한가롭게 날갯짓을 하며 따라가는 몽환적인 장면이나 총에 맞은 병사의 피가 카메라 렌즈에 뿌려지는 메타적인 장면 등이 꽤 있다. 이런 식의 상징적인 연출은 오히려 고전 전쟁 영화인 머나먼 다리 등에서 잘 나온 연출 기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