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1989년작 미국 영화. 원제는 글로리(Glory). 매튜 브로더릭, 덴젤 워싱턴, 모건 프리먼 주연. 음악은 제임스 호너. 배급은 트라이스타 픽처스.
남북 전쟁 당시 실존했던 흑인부대 제54 매사추세츠 의용보병연대와 이 부대가 참전한 워그너 요새(Fort Wagner)전투를 바탕으로 한다. 주인공은 연대장 로버트 굴드 쇼(1837~1863)로 실존인물이다. 그러나 쇼 이외의 등장인물은 모두 가상인물 들이다. 모티브가 된 실존인물이 있긴 한다.
기본적으로 전쟁영화지만, 흑인부대라서 겪는 차별과 서러움도 다루는 흑인 인권 영화로서의 면도 갖추고 있다. 보급부대에선 너넨 어차피 전투에 나갈 일도 없을 거라면서 군화 같은 기본 보급품을 안 내주고 옆 부대 백인 병사들이 흑인 부사관인 롤린스의(모건 프리먼) 명령을 대놓고 무시하거나 저런 검둥이 명령을 듣느니 적인 남군과 친하게 지내겠다고 대놓고 투덜거리는 것처럼 차별받는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흑인 장병들의 암울한 입대 전 배경도 묘사된다. 가령 처음 소집되어 제식 훈련을 하는데, 주임상사인 멀케이가 "너희들은 왼쪽 오른쪽도 모르나?!"라고 호통을 친다. 그런데 흑인 장병들 왈, "그게 뭔지 정말 모릅니다." 이게 한 두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줄줄이 손을 든다. 즉 왼쪽 오른쪽이 뭔지도 모를 정도로 교육을 받지 못한 상황을 묘사한 것.
영화에 나오는 쇼 대령의 전사 순간. 클라이막스인 워그너 요새 돌격 장면은 확실히 대작 전쟁 영화 같은 풍모를 제대로 갖추고 있으며, 이 영화의 묵직한 명장면들은 다 여기에 집중되어 있다. 난공불락의 요새인지라 영화 최후반부, 요새에서 잠시 접전을 벌이는 걸 제외하면 북군이 거의 일방적 학살을 당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사실에 가깝다. 영화상 주인공인 제54 매사추세츠 연대 600여 명뿐만이 아니라, 추가적으로 투입된 병력까지 합쳐서 5천이 넘는 북군이 1,800명의 남군을 공격했지만, 요새가 워낙 방어자에게 유리한 입지에 위치했기 때문에, 교환비가 북군 1515(사망 246명) : 남군 174(사망 36명)일 정도로 북군의 피해가 막심했다. 막판에 요새에 남군 깃발이 올라오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요새 함락에도 실패해서 완전한 북군의 대패였다. 이후 북군은 1863년 9월 섬터 요새를 무력화시킨 이후 와그너 요새에 육해군 합동 공격을 실시하여 끝끝내 함락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전투에서 제54 매사추세츠 연대는 선봉에 선 만큼 피해도 가장 컸다. 600여명 중 사상, 포로가 270여명으로 부대 인원의 45%가 이 전투 한 번으로 사라졌다. 부대 전투력 상실 기준이 30% 라는 걸 감안한다면 사실상 부대 와해 수준. 하지만 이 전투 이후에는 공적을 인정받아 1천 명 이상으로 확장되었다.
연대장 쇼 대령도 이 전투에서 26세 젊은 나이로 전사했다. 전사 직전에 했던 말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54연대 전진(Come 54 regiment)!" 이었다고 한다. 엔딩신에서 쇼 대령의 시신은 부츠만 벗겨져 있지만 실제로는 남군이 군복 등을 몽땅 벗겨갔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보통 고급 장교들이 전사하는 경우 시신 인도나 매장에 관하여 상호간의 협의가 있는게 관례였는데, 쇼 대령은 흑인 부대를 지휘했다는 이유로 남군이 시신 인도를 거부하고 영화에서처럼 흑인 병사들과 같이 매장했다. 남군은 고인에 대한 모독의 의미로 그렇게 매장한 것으로 보이지만, 쇼 대령의 유가족은 오히려 이를 명예롭게 여겼고, 흑백화합의 상징이 되었다. 영화에서도 시체구덩이에 내던져진 쇼 대령의 시신이 굴러내려가다 결국 트립 이병의 시신 옆에서 멈추며 손을 마주잡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여 이를 강조했다. 남북전쟁 이후 요새는 해안침식으로 인해 바닷물에 잠겼고, 이들의 무덤 역시 현재는 바닷속에 있지만, 쇼 대령을 비롯한 상당수의 시신은 물에 잠기기 전에 국립묘지로 이장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