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뤼순 공방전을 다룬 마스다 토시오감독의 1980년 영화. 제목인 203고지는 뤼순 공방전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영화는 가상인물인 코가 타케시(배우는 아오이 테루히코)와 실존인물인 노기 마레스케를 중심으로 러일전쟁 중 가장 처참했던 뤼순 공방전을 각각 병사들과 사령관의 입장에서 그려냈다. 러일전쟁 개전까지의 과정도 비교적 상세히 다루며, 개전 후에는 뤼순 공략을 맡은 일본 육군 3군사령부와 만주군 총사령부, 대본영, 일본 해군 사이의 복잡한 갈등 양상을 잘 담아냈다. 또한 일선 병사들과 초급 장교들의 모습도 같은 비중으로 다루면서 엄청난 인명피해를 낸 요새 공략의 참상도 세밀하게 묘사했다.
일본 영화 중에서도 드문 메이지 시대의 육상 전투를 다룬 영화이며, 동시에 손꼽히는 스케일을 자랑한다. 뤼순 요새와 203고지를 재현하기 위해 이즈오오시마(伊豆大島)에 대규모 요새 세트장을 건설하고, 28 cm 유탄포(二十八糎砲)를 재현하는 등 전투 양상을 충실하게 구현했다. 하지만 당시 제식이었던 30년식 소총 대신 38식 소총이 등장한다던가, 일본군이 러일전쟁 때 저시인성을 위해 도입한 메이지 37년 전시복이 아니라 노란색과 빨간색이 선명한 구형 군복을 착용하는 오류들이 있다. 군복이 틀린 것은 제작진도 알고 있었지만, 제작비 문제로 새로 만들 수가 없었다고 한다.
뤼순 요새 공략전에서 발생한 막대한 희생의 책임소재는 다소 모호하게 처리했다. 공략을 맡은 3군에 큰 희생이 발생한 데에는 3군 참모장 이지치 소장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 예전의 통설이었다. 이지치 소장의 기행으로는 203고지로 공격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거부하고 정면 공격만 고집한 것, 매달 26일에 정기적으로 공격을 가했던 것, 그리고 28 cm 유탄포의 배치를 거부했던 것 등이 흔히 언급된다. 하지만 영화에서 이지치 소장이 큰 실책을 저지르는 걸로 묘사되는 부분은 별로 없고, 대신 고다마 겐타로가 그를 크게 질책하는 장면이 나온다.